제 이름은 다이애나 로즈 린치입니다.
저는 여러 이름과 역할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정원사이기도 했고, 여행자이기도 했으며,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정체성은 시인입니다.
오늘 저는 제주에서 일어난 사건, 제주4·3을 추모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여러분께 치유로서의 언어를 전하고자 합니다. 언어가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잔혹함을 막기 위한 우리의 가장 중요한 가능성임을, 그리고 언어가 어떻게 우리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부서진 영혼을 감싸 안으며, 다시 한 번 봄의 재생으로 이끄는 희망의 싹을 발견하게 하는지를 나누고자 합니다.
시는 많은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시인은 명성을 얻기 위해서, 혹은 영리함을 인정받기 위해 언어를 전하지 않습니다. 시인은 단어가 생명을 지탱하는 고요한 마법을 표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도구임을 알고 있습니다.
행의 끝, 숨과 숨 사이, 단어들 사이에 깃든 이 고요한 마법은 우리가 시의 언어 안에서 숨 쉬게 하고, 그 안에서 치유를 발견하게 하며, 감정의 물결이 우리를 덮쳐 파괴하기보다 우리를 씻어 지나가게 하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줍니다.
시인으로서 우리는 침묵할 수 없습니다.
관찰하고, 고발하고, 은폐의 층을 벗겨내는 것이 우리의 의무입니다. 우리는 인간의 비극과 실패를 설명하는 언어라는 중요한 기반을 떠받치는 말의 무게를 지닌 치유자로서 스스로를 인식해야 합니다.
오직 이 과정을 통해서만 트라우마는 언어 속으로 드러나 숨 쉴 공간을 얻게 되고, 그 파괴적인 불길은 마침내 스스로 타오르다 사그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 시인들은 그 불씨에 불을 붙입니다. 파괴를 위해서가 아니라, 드러내기 위해서입니다.
이제 저는 트라우마와, 언어가 어떻게 치유를 형성하는지를 탐구하는 두 편의 시를 소개하려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희망의 시 한 편을 나누고자 합니다. 이 시들의 말에 귀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 말들은 이 세상에 안전한 자리, 쉴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우리가 다시 마음을 추슬러 치유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더 문명적이고 더 친절한 세계로 나아가게 하는 장소를 선물합니다.
시 낭독 소개
첫 번째 시는 트레이시 K. 스미스의 〈선언〉입니다.
그는 우리 백성을 괴롭히기 위해 관리들의 무리를 이곳으로 보냈다.
그는 우리의 것을 약탈하고, 우리의 삶을 황폐화시키고 파괴했으며,
우리의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고, 근본적으로 우리의 형태를 바꾸어 놓았다.
이러한 모든 억압의 단계마다 우리는 가장 겸손한 말로 시정을 청원했지만,
우리의 반복된 청원은 반복된 상처로만 되돌아왔다.
우리는 우리의 이주와 정착의 사정을 상기시켰고,
공해상에서 포로로 잡혀 배에 실려 왔던 기억을 떠올렸다.
두 번째 시는 폴 트란의 〈갈릴레오〉입니다.
나는 시계를 분해하면 시간을 멈출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분침, 시침—아무것도 붙잡을 수 없다.
붙잡히는 것은 오직 기록뿐이다.
나는 지나가는 초들이
마음속 폭풍우 속에서 죽은 송아지처럼 쌓여가는 것을 느꼈다.
더 이상 마음이라 부를 수 없는 상태,
‘자아’의 정의가 지워진 채 사전에서 찢겨 나온 한 장의 종이처럼.나는 마주할 수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계속 움직이는 세상을.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은 일어나 옷을 입고 출근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파티가 있었고, 황홀경이 있었고,
사람들은 서로를 맴돌며 술에 취해 춤을 추었다.
무딘 생각들을 잠재우기 위해 무딘 말들이 말려 들어갔다.생각은 물 위를 스치는 바람처럼 소용돌이치며
형태 없는 것을 날카롭게 몰아갔다.
나는 가장 괜찮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나는 화려함이었고, 문법이었지만
나의 최선은 나의 야수를 이기지 못했다.
나 역시 해체된 상태였다.
나는 고쳐지길 원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분해되어 쓸모없어지길 바랐다.
나처럼—케이스, 휠, 시곗바늘, 다이얼 판처럼.
희망의 시
이제 희망의 시를 낭독하겠습니다.
메리 올리버의 〈야생 기러기〉입니다.
당신은 착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막을 가로질러 무릎으로
백 마일을 걸으며 회개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당신 몸속의 부드러운 동물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도록 허락하면 됩니다.당신의 절망에 대해 말해 주세요.
그러면 나도 나의 절망을 말하겠습니다.
그동안에도 세상은 계속됩니다.태양은 떠 있고,
맑은 빗방울들은
초원과 깊은 숲, 산과 강 위를 지나갑니다.그리고 깨끗한 푸른 하늘 높이에서
야생 기러기들은 다시 집으로 향합니다.당신이 누구이든,
아무리 외롭다 해도,
세상은 당신의 상상력을 향해 자신을 내어주며
야생 기러기처럼 거칠고도 생생한 목소리로
당신이 이 세계의 한 부분임을 거듭 알려줍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